the META- : 대담한 상상

​​​​안재철, 스튜디오 오감도 대표/ 부산건축제 전문기획프로그래머

무심코 종이 위에 대고 있던 펜에서 흐른 잉크가 천천히 번진다. 살아 움직이는 듯한 이 번짐은 유동일까. 펜에서 잉크가 흐른 것이 아니라 종이가 잉크를 빨아들인 것일까. 번짐을 만들어내는 것은 종이의 질감일까. 종이를 구성하는, 그러니까 종이의 원료인 다양한 펄프의 집합이 만들어내는 이 궤적은 우연한 스침이 무수히 겹친 결과일까. 밀리미터보다 작은 단위의 수많은 섬유의 스침이 만들어낸 ‘결’ 위에서 생긴 잉크 한 방울의 번짐, 그 유동과 충돌과 확산의 모습이, 구한말로부터 지금까지 바다를 타고 들어온 문화의 유입과 충돌과 확산의 과정을 떠올리게 했다.
우리는 많은 한계를 가진다. 어느 기업가의 말처럼 한 사람의 천재가 미래를 혁신적으로 창조하는 것일까. 아니면 수많은 시행착오가, 수많은 무용(無用)의 곁눈질이 미래를 더듬듯 찾아가는 것일까. 미래는 자칫 거대한 파도와 같은 움직임을 연상하게 하지만 사실은 작은 연결과 연결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확장의 과정이 아닐까. 바로 번짐처럼.
올해로 22주년을 맞는 부산건축제는 지난 2년의 민간위탁기간 동안 도시 부산의 현재와 과거를 바라보았고 올해는 부산의 미래를 그리기 위해 ‘메타(meta-)’라는 화두를 붙잡았다. 전시 주제인 ‘the META- : 대담한 상상’에서 얼핏 ‘확장’과 ‘초월’이라는 뜻의 ‘메타’와 ‘대담’이라는 단어는 같은 뜻이 반복되는 듯하지만, ‘대담함’의 구체적 실현은 현실과 이어진 무수한 ‘확장’이며, 그것은 잉크 한 방울 같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생각과 행동이 부산의 결을 따라 무한히 이어지며 번져가는 ‘초연결’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이번 부산건축제 ‘the META-:대담한 상상’은 크게 3개의 세부 전시로 이루어진다. 먼저 2030 세계 엑스포 유치를 통해 확장하고자 하는 부산의 미래를 ‘메타부산(Meta-Busan)’으로 그렸다. 그리고 경제, 문화, 삶의 플랫폼으로서의 도시 부산의 물리적 한계를 초월하고자 하는 메가시티와 플로팅시티 계획을 ‘메타시티(Meta-City)’라는 이름으로 묶었다, 그리고 도시와 건축의 미래를 위해 생각과 도구와 생산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건축가들의 ‘메타연결(Meta-Connect)’ 사례를 소개하였다. 이 세 개의 세부 전시에서 보여 지는 모습이 부산의 미래라고 말할 수는 없으나, 현재 도시 부산과 건축계가 팔을 뻗어 잡으려고 하는 손짓의 방향은 엿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굳이 우주까지 넓히지 않더라도 지구 속에서 도시 부산은 하나의 점이다. 점은 연결하여 망을 형성하지 못하면 ‘미래’라는 의미를 가질 수 없다. 엑스포는 부산과 세계의 연결이며, 메가시티는 부산과 인근 도시, 플로팅시티는 도시 삶과 바다의 연결이다. 15분 도시는 삶의 요소간의 연결이며, 건축가는 오늘도 인문, 예술, 타 분야와 연결을 시도하며 새로운 건축의 미래를 엿본다.
 
부산이 우리나라 최고의 항구도시라는 역사와 현재는 가장 연결하기 좋은 도시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다든, 다른 나라든, 다른 문화든, 또 다른 미래든, 부산은 항구도시이다.



○ 주최 : 부산광역시
○ 주관 : (사)부산건축제조직위원회
○ 협력 : (사)대한건축학회 부산울산경남지회, 대한건축사협회 부산광역시건축사회,
            (사)한국건축가협회 부산건축가회, (사)한국실내건축가협회 부산울산경남회
○ 후원 : 주택도시보증공사, 경동건설, 동원개발, 협성휴포레, 신세계센텀시티, 대한건설협회 부산광역시회,
            대성문, 상지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 부산은행, 삼현도시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아이엔지건축사사무소,
            건축사사무소앙코르, 광흥건설, 대한건축사협회 부산광역시건축사회, 한미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도시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온라인 브로슈어 바로보기
http://biacf.or.kr/mobile_news/53/